기념사업회사업회소식

의기촌통신

 

의기촌통신

[참여후기] 의기제에 처음으로 참석하고 (엄륭)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3-06-02 02:30 조회1,650회 댓글1건

본문

죽음은 삶을 아름답게 한다. 

죽음을 인지한 모든 생명은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김의기 열사의 죽음을 알게된 우리는 허투로 하루를 살 수 없었다. 


우리의 하루가 그에게는 허용되지 않았고, 그에게 허용되지 않은 우리의 하루는 그에게 매일 갚아야 하는 부채로서의 하루였다.


태어나 그를 모른 채 20년을 살았고, 그를 알게된 후 20년간 운동조직에 몸담았고, 이후 생활인으로 경제인으로 다시 10년이 흘렀다.


이제서야 처음으로 의기제에 참여하였다.


그의 비석 앞에 서면, 숙연한 감정과 더불어 미처 갚지 못한 부채감 앞에 죄스러운 마음이 또다시 밀려온다.


올해 그의 비석 앞에서 그의 마지막 외침을 낭독하였다.


한자 한자 또박 또박 소리내어 읽으며 그의 감정이 나에게 사무쳐왔다.


그는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았다.


그의 이름을 알고, 그의 죽음을 알게된 후 3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아무리 갚으려 애써도 오히려 부채는 늘어만 간다.


그의 이름을 알고, 그의 죽음을 아는 이들이 그의 비석 앞에 다시 모여, 살아있기에 다시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하루를 더 빛나게 살아 왔으리라 믿는다.


30년의 세월 동안 난 의도적으로 의기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빚이 더 늘어나는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떳떳하게 그의 앞에 서는 것은, 이제 포기하련다.


역사의 부름 앞에 내 목숨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내 삶은 바치고자 했다.


그를 알게 된 30년 동안 제대로 이루고자 했으나, 돌이켜 보면 보잘 것 없는 것만이 남아있다.


그래도, 내 하루는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련다.


23세의 나이로 영원히 늙지 않은 김의기여.


23세의 김의기여.


고맙다. 고맙다. 


당신의 이름을 알고 당신의 죽음을 알고 나에게 부채감을 안겨줘서 고맙다.


그래서, 30년을 내 양심에 어긋남 없이 살고자 했던 세월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었다.



2023년 5월. 의기제에 처음으로 참석하며

94학번 엄륭

추천 0

댓글목록

김기백님의 댓글

김기백 작성일

좀만 더 잘 살때 찾아뵐게요. 지금의 제 모습은 너무 부끄러워요. 하며 미뤄온 지난 시절이었네요.만나지 않았어도 비슷한 마음으로 비슷한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