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광주行, 의기 형과 김윤 선배를 만나다. 이창섭(84 국문) (사)김의기기념사업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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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1-09-03 00:34 조회1,8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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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광주行, 의기 형과 김윤 선배를 만나다
이창섭(84 국문) (사)김의기기념사업회 감사
2021년 5월 의기 형 만나러 광주 가는 길은 설레였습니다. 신분변동이 생기고 나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가는 터라 그랬습니다.
그동안 서강민주동문회 84학번 동기들과 매년 의기제에 참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서강대총동문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김의기(무역 76) 동문선배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의기제에 총동문회 차원의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돌이켜보니, 11년째 거든 '작은 보탬'이 의기제를 준비해온 서강민동과 재학생준비단에게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민간인 아닌 국립4.19민주묘지 소장이라는 공무원 자격으로 빛고을을 찾았습니다. 5.18기념식에 참관하러 관용차를 몰고 자원해서 출장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념식 준비-진행을 벤치마킹하는 게 출장의 목적이었지만, 내친김에 의기 형 묘소에 참배할 영광을 얻어 내심 기뻤습니다.
5월 17일 오후 도착해 추념문 앞에서 5.18영령들께 공식참배하고 행사준비 상황을 체크했습니다. 공무니까 충실하게 살폈고, 내년 제62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원용할 아이디어를 궁리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의기 형 묘소에 참배했습니다. 준비해 간 국화꽃 10여 송이를 묘지 상석(床石)에 올려 헌화했습니다. 2015년쯤 광주에 조문올 일이 생겨 장례식장 들렀다가 택시를 대절해 급하게 의기 형께 참배하고 떠난 기억이 새삼 생각났습니다.
5.18민중항쟁 기념탑을 지나 묘역에 올라서니, 비석 마다 동여맨 연두색 스카프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월에서 통일로!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구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올 5.18기념식에 맞춰 마련한 것입니다.
의기 형 묘소엔 평전 <의기>가 세라믹 영정사진과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이전에 볼 수 없는 광경에 가슴 벅찼습니다. 너무 보기 좋았고, 마음까지 훈훈했습니다. 김의기기념사업회에 짝짝짝 물개박수를 보냅니다.
이튿날 아침일찍 5.18기념식 열리기 전에 옛 망월동 묘지(5.18 구(舊)묘지)를 찾았습니다. 금남로에서 열리는 전야제 행사를 둘러보고 숙소까지 알아보느라 전날 들르지 못했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김윤(71 영문) 선배 묘소를 만났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이리저리 둘러보다 선배이름 두 글자가 또렷한 비석을 대면했습니다. 하늘이 도운 덕분이라 믿고 싶습니다.
밀려오는 감격에 허둥지둥 대면서도 인사 드리고, 참배하고, 비석을 닦았습니다. 70년대 학번 선배들에게서 말로만 듣던 분을 만난 것입니다. 동문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나름 자료를 찾아보고 눈에 익힌 얼굴 모습 그대로 영면하고 있었습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유일한 여학생, 병약했으나 전북 순창에 정착해 마지막까지 농민운동가로 살았던 올곧은 삶을 떠올렸습니다.
2021년 5월은 저에게 특별한 때였습니다. 의기 형, 김윤 선배께 참배한 것만으로도 감격할 일입니다. 거기에 다채로운 5.18전야제 행사와 공식 기념식을 참관했습니다. 금남로에 묵으면서 도청, 분수대, 전일빌딩, 상무관, 광주YWCA, 광주공원을 하루종일 훑었습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5.18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해서는 2시간 넘게 전시물을 관람했습니다. 80년 5월을 생각하며, 서강대에 입학해 지금까지 학습한 5월광주에 관한 모든 자료와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보았습니다. 새로운 자료발굴에 기뻤고, 5월 공동체를 형상화한 전시에 감격했고, 신군부의 잔인한 만행에 다시금 몸서리쳤습니다. 그리고 광주시민들의 숭고한 항쟁에 머리 숙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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