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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이 오기까지는 -고 김의기 열사 8주기 추모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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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1-10-06 15:52 조회1,4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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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이 오기까지는 -고 김의기 열사 8주기 추모에 붙여
  •  김명식
  •  승인 2021.06.0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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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이 오기까지는
-고 김의기열사 8주기 추모에 붙여


그대는 알고 있었습니다.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꽃잎처럼 아련히
땅아래로 살포시 내려
한 줌의 흙으로 사그라질 때

그때에야 비로서
아픔 이기고 어둠을 넘어 해방으로 피어나는
혁명은
보란듯이 익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대는
한 생명에서
수정빛으로 반짝거리는
우주담긴 별들의 무게와 그 운행을
사랑을,
우정을,
벗들은 어째서 먼저 무기를 들었고
시민군이 되어

제국의 용병 앞에서
적들의 탱크 앞에서
용병의 총검 앞에서
빗발치는 총탄에 맞아
먼저 쓰러질 수 있었는지를

그대는
환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이 다 익기도 전에|
조국의 해방과
통일될 민족 앞에서
그대는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과 해방과 통일은
어떻게 하여
우리들에게 주어지는지를...
계엄군의 포위망을 뚫고
한계단 한계단 오르시던
그대의 발걸음
고요히 하늘 뚫고 솟아나던
그대의 부활은
이 땅위에서
제국의 용병을 향해
총성이 요란했던 시대
철조망 거칠게 가로쳐진
땅위에서
갈 수도 올 수 도 없었던
양단된 칼의 공화국에서
한 시민으로서

그대는
제국의 칼날을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무논밭 위에서 허옇게 쓰러져 내리는
볏단과 배춧포기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은
민족의 운명으로
이 땅위에서 자라났음을

그대는
잔인한 비밀을 먼저 느끼고 있었습니다.

나비처럼 날개 훨훨
여린 꽃잎으로
푸른 하늘을 날을 수 있었던
자유한 혼

그대는
광주의 총성과
칼날이 누구를 겨냥코 있었는지를
먼저 깨닫고 있었습니다.

이 땅의 학살들은 누구의 명령에 따라서
자행되었는지를
똑똑히 알고 있었습니다.

탱크와 전투기
총과 칼
소녀의 젖가슴을 난도질하던
피묻은 손들을 향해

대구 1946.
제주 1948.
여순 1948.
거창 1951.
월남 1960.
광주 1980.

학살당한 양민들의 무고한 피를 위하여
제국의 칼과
용병의 총을 향해
과녘이 되고
육탄이 되어야 하는 까닭을

그대는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볼리비아의 아들 네스토 파즈가
전선을 향해 떠나던
그날 밤을 기억하면서
길지도 않았던 청춘
사랑하는 사람과
이웃과
그리운 벗들과
정든 고향
이 땅의 논밭을 지켜온
모든 어머니 아버지를 뒤에 두고
먼저 떠나야만 하는 까닭은

그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해방의 새날이 오기까지는
통일의 새날이 오기까지는
자주의 새날이 오기까지는

정들었던 교정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마음곱게 기도 드리던 교회당과
마음껏 뛰고 팠던 들판
도시로부터 멀어져만가는 논밭을 뒤에 두고
먼저 떠나야만 하는 까닭을
그대는 알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누구를 위하여 먼저 흘려져야 하며
정성은 누구를 위하여 먼저 쏟아져야 하며
머리는 누구를 위하여 먼저 쓰여져야 하며
손발은 누구를 위하여 먼저 일해져야 하며
사랑은 누구를 위하여 먼저 바쳐져야 하며
핏줄은 누구를 위하여 먼저 엉켜져야 하며
체온은 누구를 위하여 먼저 발해져야 하며

지식과 성서, 기도와 경제, 과학과 개발,
발전과 강철, 공장과 농토, 학교와 교회,
서울과 평양, 원산과 울산, 마산과 인천,
부산과 포항, 제주와 함흥, 개성과 진남포,
백두와 한라, 한강과 금강, 지리산과 태백산,
금강산과 진달래, 개나리와 보리밭, 재령평야와 김해평야,
마천령산맥은...

이산하 나무와 풀꽃, 산새들과
산짐승들은 이 땅위에서 이 강토 이 국토에서
누구과 함께 축제를 이루며
살아나아가야 하는지를

그대는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새날이 오기까지는
그대는 어두운 시대
밤길을 떠나셨습니다.

우리는 여기 마련한 삶
두려운 발걸음으로

그대가 먼저 떠나신 그길 더듬어 가고 있나니
새날이 오기까지는
그대가 먼저 떠나신 그길 조심조심 따라가고 있나니

새날이 오기까지는
오늘도 젊은 꽃잎은 더 많이 떨어져야함을

그대는 알고 있었습니다.


1988. 5. 29
-다사함 김명식
 

산천의 신록이 푸르름으로 물들어가는 5월이 돌아오면 “동포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김의기 열사의 외침이 더욱 생생하게 우리에게 들려온다.

군사독재에 의해 18년 동안 얼어붙었던 이땅에 민주주의를 심으려던 80년 서울의 봄은 얼굴만 바뀌어 더욱 포악해진 군사독재집단의 군화발에 무참히 짓밟히고, 이에 항거하던 민중의 분노는 광주에서 폭발하였다. 우리나라의 군대에 의해 우리 민족이 처참하게 살육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김의기 열사는 입이 있으나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았던 광주의 참상을 직접 선봉에 서서 서울 시민에게 알리려했다. 농민의 어려운 생활과 농업문제 해결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왔고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열사는 양심과 이성에 비추어보아 지신이 목격한 동족 살인의 민족적 비극을 알리지 않으면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점차 꺼져가는 서울의 민주화 열기에 다시 불을 붙이고자 결심한 것이다.

열사는 1980년 5월 30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리던 정기 금요기도회를 시위날로 잡았으나 그 곳은 자주 시위가 있던 곳인데다 그날은 시위를 예상하여 일방통행마저 금지시킬 만큼 경계가 삼엄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요기도회는 취소됐지만 시위를 결행키로 한 열사는 12시경 회관에 들어가 희생을 최소로 줄이고자 모든 일을 혼자서 추진했고 6층에서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손수 타이프쳐서 인쇄했다. 여기까지는 확인된 사실이나 그 이후 김의기 열사가 투신 운명할 당시의 정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동포에게 드리는 글’의 내용을 본다면 분명히 시위를 계획할 때 죽으려 하지는 않았으나(가족과 벗들, 애인에게 남기는 유서가 없다.) 6층의 폭 1m 베란다를 건너서 창문 밖으로 떨어져(유인물을 제작할 때 계엄군과 실랑이가 있었다 한다.) 운명하여 계엄군에 의해 시신이 서울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어쨌거나 광주사태의 진상이 서울에서 퍼져나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했던 계엄당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동포에게 드리는 글 - 유서>

피를 부르는 미친 군화발 소리가 고요히 잠들려는 우리의 안방에까지 스며들어 우리의 가슴팍과 머리를 짓이겨 놓으려 하는 지금,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공포가 우리를 짓눌러 우리의 숨통을 막아버리고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 우리를 번득이는 총칼의 위협 아래 끌려다니는 노예로 만들고 있는 지금,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우엇을 하고 있는가? 무참한 살육으로 수많은 선량한 민주시민들의 뜨거우 피를 뜨거운 오월의 하늘 아래 뿌리게 한 남도의 봉기가 유신잔당들의 악랄한 언론 탄압으로 왜곡과 거짓과 악의에 찬 허위 선전으로 분칠해지고 있는 것을 보는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여년 동안 살벌한 총검 아래 갖은 압제와 만행을 자행하던 박정희 유신정권은 그 수괴가 피를 뿌리고 쓰러졌으나, 그 잔당들에 의해 더욱 가혹한 탄압과 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20년 동안 허위적 통계숫자와 사이비 경제이론으로 민중의 생활을 도탄에 몰아넣은 결과를 우리는 지금 일부 돈가진자들 제외한 온 민중이 받는 생존권의 위협이라는 것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유신잔당들은 이제 그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개처럼, 노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높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자유시민으로서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환희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서 살 것인가의. 또 다시 치욕의 역사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조상이 될 것인가의.

동포여 일어나자! 마지막 한사람까지 일어나자! 우리의 힘 모은 싸움은 역사의 정방향에 서 있다. 우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기고야 만다. 동포여, 일어나 유신 잔당의 마지막 숨통에 결정적 철퇴를 가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동포여!

내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 모여 오늘의 성전에 몸바쳐 싸우자, 동포여!

1980년 5월 30일 김의기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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