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김의기문화상 우수상 수상 작품-고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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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0-11-27 17:15 조회1,5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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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놈
이해온
고 놈 참 실혔지
까랑까랑 외쳐대는 소리가 말씨마다 족족 장혔어
반질한 이마 도톰한 입술 우렁찬 노랫가락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당께
투쟁이 뭐다냐 권리가 뭐다냐 우린 그런 거 몰랐구먼
고구마 비싼 돈 주고 파시라 저들이 손해 보는 장사다
말은 잘도 혔던 새치혀 그 족속들
오메
결국은 요로코롬 낯짝 싹 바꾸고 모른 체 하더랑께
고구마는 얼어 죽는디 이걸 얻다 팔 수도 없고
처음에야 씨부렁 씨부렁 욕지거리 하지 나중엔 그 짓도 못 해야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농협 말을 홀라당 믿어불고
뒤통수 맞고도 우째 지렁이만치롱 꿈쩍할 수도 없응께
그런 내가 무식하고 원없이 미련해서
거울 보며 내 대가리만 쿵쿵 쳤다니께
못 배운 년 힘 없는 년 이래서 안 된다 되뇌며 나만 그리 미워할 수밖에
아따 고 놈
내한테 그러데 할마씨 잘못 하나 없다고
잘못된 일이니 언능 저가 발 벗고 돕겠다고
고 놈은 늘 그리 약한 놈 편에만 섰었다
어린 놈이 그러니 기특함서도 미안한지라
우린 뭣도 없는 인간들이라 콩고물 줄 일 없응께
퍼뜩 네 할 일이나 하라 해도 꿈쩍을 않드라
하루는 농협 것들이 방해하고 이틀은 경찰 형사님이 방해하고
그래도 그 놈은 눈에 쌍심지 켜고 우릴 돕더랑께
든든허니 겨울이 춥지가 않았어야
고 놈
잊을 만하믄 보고자븐 고 놈
고 놈 만나믄
부디 춥지 말라고 전해라
할마씨 힘내라고 꽉 잡아준 손맹키로
따수운 아랫목에서 푹 쉬라고 전해라
좋아한다던 하얀 안개꽃맹키로
포근한 이불 덮고 푹 자라고 전해라
우리 의기
의기 고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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