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제1회의기문화제(장려상)_시_박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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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8-05-15 13:18 조회1,1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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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김의기문화제> - 시 부문
꽃비
흐드러졌던 꽃잎들이
백기처럼 흩날리는 날
나는 꽃비를 맞으며 한발 한발
땅에 기대어 간다
앞으로 향하던 걸음의 역사는
어느샌가 위로 방향을 옮겨
하늘을 디디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먼지 자욱한 한낮을 안개 낀 새벽으로 착각한 듯
형광등 불빛을 길잡이 삼아 자꾸만 하늘을 본다
지하의 하늘은 지상
나도 매일 아침 2호선 4-2에 내려온 동아줄로 손을 뻗는다
지하철의 시야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눈에
풍경은 역을 벗어나도 여전히 침침하다
횃불을 밝혀 나아가던 시대를 타고 내려온 나는
나를 비추는 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꽃비를 맞으며 걷는다
투명한 우산을 수놓는 꽃잎이 서럽다
우산 너머 구름 뒤에 빛나고 있는
횃불처럼 빛나는 해를 보길 바라는 듯, 꽃잎은
창을 노크하는 빗방울처럼
봄이 되면 비와 함께 나의 삼천원짜리 우산을 두들긴다
해조차 숨죽이던 5월
그때 이 교정을 가로질러 빛나던 함성이
빗소리 되어 나의 발을 적신다
떨어지는 꽃비에 하늘을 본다
구름 뒤에서도 꽃을 피워낸 해는
작은 우산에 몸을 맡긴 나를
지난 5월의 봄에도 그랬듯
비추고 있었다.
젖은 발이 서러워 그제야 울 수 있었다.
박소예(2014, 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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